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알렉스

집에서 하는 워싱턴 여행 2021. 4. 19. 04:56

알렉스는 페루에서 왔습니다
레드크로스 카페 주방에서 칼질도 하고 청소도 합니다
그릴에 넣고 깜박 잊은채 시간 지난 내 고기,
대신 챙겨 꺼내놓기도 하고
내 설거짓거리 자기 것에 슬쩍끼워 손 덜어주기도 하고
닭고기 썰다가 먹어 보라고 한점 주면
환한 웃음으로 엄지 세우고 굿굿을 외치는
푸근하고 고마운 친구입니다
마리사는 좀 까탈스런 엘살바도르 아줌맙니다
개수대에 야채 찌꺼기라도 흘려 놓으면 인상 쓰고
냉장고 안에 재료 정리 잘못되면 잔소리도 합니다
그러면서도 일 끝나고 먹으라고 샌드위치도 챙겨 주고
칼질 잘못해서 손가락에 피 철철 나니까 급하게 반창고 찾아다가 붙여주데요

미국와서 이런 친구 많이 만났습니다
한국서 나 잘난줄 알고 사람 귀한거 모를때는 눈에 안뵈더니
이제 남의땅 바닥에서 뒹굴어보니
고맙고 귀한이들 참 많습디다
몸이 힘들어도 가슴이 아려도
따듯한 사람들 참 많습디다

Nov29 2012